옆집에서 키우는 닭의 요란한 울음소리에 새벽잠이 깼다.
새벽 산책길에 나섰다. 아침을 여는 숲에 사는 새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다. 오늘 아침 숲의 새들은 시끄럽고 수다스럽다.
하늘에 하얀 구름이 레이스처럼 아름답다. 발길을 멈추고 바라본다. 이쪽은 양 떼 모양이고 저쪽은 하얀 솜을 깔아 놓은 듯하다.
마을의 새벽길은 인적이 없다. 조금 숲을 벗어나자 풀벌레 소리가 아름답다. 마치 곡을 연주하는 듯하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일까? 아니야 모차르트지. 새들의 합창보다는 풀벌레들의 합창소리가 듣기 좋은 아침이다.
요즘 마을엔 여기저기 숲을 허물고 집을 짓는다. 집 앞에 유난히 많던 도토리나무와 상수리나무를 포크레인이 밀어낼 때 안타까웠던 것이 생각난다. 내 땅이 아니니 뭐라 하겠는가. 마을에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친환경 건축양식의 집들이 많다. 담이 없거나 나지막하다. 숲과 어우러지는 집을 지날 때는 집마다 특색 있는 정원을 엿볼 수 있었다.
집보다 더 넓은 잔디가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산책하며 남의 집 정원 구경하는 것도 솔솔 했었는데 말이다. 요 몇 년 사이 새로 짓는 집 옆을 지나노라면 높은 콘크리트벽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철저하게 개인의 생활은 감춰지겠지만, 이웃처럼 안 느껴진다. 왜 다들 이렇게 지을까?
길로 이어진 숲을 걷는다. 나무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는 다시 새들의 합창소리가 들린다. 이쪽저쪽 주고받는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이 멋있게 들린다. 분명 저쪽 숲에선 새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졌었는데 이쪽 새소리는 멋있게 느껴진다. 저쪽엔 서로 잘났다고 큰소리를 내는 새들이고, 이쪽 새들은 함께하는 행복을 아는 새들인가 보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데 가는 곳마다 칡이 무성하다. 커다란 소나무도 칡이 점령해 버렸다. 인적이 드문 길에도 칡이 왕성하게 뻗어 있다. 봄이면 민들레, 쑥, 냉이, 질경이, 취 같은 봄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여름이 되자 칡이 땅을 덮어버렸다. 무법자 같다.
보라색의 칡꽃이 땅에 떨어져 있다. 결국엔 저렇게 떨어지겠지. 아침 산책길에 숲을 보며 우리네 삶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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