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에야 비로소 알아가는 어머니의 사랑

이 세상 모든 자식에게 자신의 존재를 탄생시킨 어머니를 언제나 애틋하다. 열 달을 품어 생명체로 탄생을 시킨 자식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목숨을 바꾸어도 아깝지 않은 온 우주를 품어가는 사랑이다.

50년대 해남 약봉마을에서 태풍 사라 호에 남편을 잃은 어머니 최분이(고두심)는 홀로 외아들 진호(이종원)를 정성을 다하여 키운다. 시간이 흐르고 진호는 서울의 일류대학에 합격하여 서울로 떠난다. 장래가 보장되는 애리와 결혼을 한 진호는 사회적인 성공을 하지만 아들의 결혼식 날 최분이는 초라한 자신을 확인하면서 쫓기듯 고향으로 돌아온다. 진호의 배신으로 마을에서 견디지 못하게 된 장옥자(이유리)는 가출을 시도하고 마을의 불량배 따개비에게 이끌려 서울에서 고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머니가 떠난 후에야 뒤늦은 회한의 눈물을 흘리는 아들 역할의 이종원과 아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어머니역의 고두심이 지니고 있는 깊이 있는 연기가 가슴에 진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옥주 역을 맡은 이유리의 노래 실력이 극의 흐름에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신파극이 도입되던 20세기 초 변사는 배우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변사는 극의 흐름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기를 가진 연예인으로 관중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 내어 관중을 하나로 묶어주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였다. 변사가 전체적인 극의 흐름에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이라면 극의 흐름에 따라 도입되는 노래는 전체적인 흐름의 이해를 높여준다.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들의 느낌을 노래에 온전히 담아 관객의 마음을 헤집어 놓기도 한다.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이지 말고…“ 라는 자막이 흐르고 기러기의 노래가 마음속에 긴 여운을 남긴다. 늘 아들 곁에서 머뭇거리며 서성이던 어머니는 온 숲이 불에 다 타들어 갈 때까지 품속에 자신의 알을 품고 죽어 가는 기러기를 연상시킨다. 스스로 몸이 타들어 가도 알이 다칠까 하여 품속에 품고서 죽어 있는 기러기처럼 극 속의 어머니 최분이도 아들의 인생을 보호하려는 모성으로 스스로 삶을 태우고 사라진 어미 기러기였다.

아들의 성공만을 바라던 어머니 최분이의 고달픈 삶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거리를 떠도는 어머니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 아들의 마음은 세상 모든 자식의 마음이다. 부모가 떠난 후에야 그 사랑의 깊이를 깨달으며 눈물을 흘리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어머니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떠난 후에서야 비로소 알아가는 깊고 깊은 사랑과 회한의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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