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모녀지간에는 사이가 좋은 걸로 알고 있으나 주위를 살펴보면 의외로 딸과 사이가 좋지 않은 엄마들이 많다. 그래도 '내 딸은 마음이 착하고 엄마를 잘 이해해 주니깐'하고 믿었던 딸과 언제부터인가 사이가 안 좋아졌다. 엄마인 나는 살아온 경륜을 이야기하면서 딸을 훈계하고 가르치려 하고, 혹시나 더 고생할까 봐, 잘못될까 봐 하는 이유로 자꾸 간섭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딸과 부딪히는 일이 많아졌다.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속상한 날이 많아졌다.
전화로 상담하는 곳의 도움을 받아 나를 뒤돌아보며 딸과의 관계를 예전처럼 회복하려 노력을 했다. 인정을 받고 싶은 건가? 내가 외로운 건가? 그러나 사람의 맘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겨울이 지나고 봄은 왔어도 한집에 사는 우리 모녀는 아직도 봄의 따듯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시청에 볼일이 있어서 함께 갔다가 딸이 엄마에게 멋있는 짬뽕을 사드리고 싶다고 한다.
"집에 가서 밥 먹지" 하며 못 이기는 척 허락을 했다.
차를 타고 30여 분을 간다. '그까짓 짬뽕 한 그릇 가까운 데서 먹지'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창밖엔 햇살이 아주 예쁘게 내리 쬐는데 화를 낼 수도 없고 괜찮다며 도착한 중국집. 짬뽕 한 그릇에 무슨 해물이 그리 많이 들었는지…. 전복, 새우, 조개, 홍합, 굴, 오징어 등 정말 맛있다.
딸이 웃으며 "내가 아줌마들하고 어디 맛집을 가면 울 엄마랑 오면 좋을 텐데…"라고 항상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을 하는 딸의 얼굴을 보니 활짝 웃음꽃이 핀 행복한 얼굴이다. 내가 힘든 만큼 딸도 힘들었나 보다.
짬뽕 한 그릇에 모녀 사이에 찾아온 봄기운을 느끼며 "너 왜 이렇게 친절한 거니?"라고 물었다.
"내가 친절한 건가? 마음은 항상 이러고 싶었는데…"하며 답한다.
나도 딸도 씩 웃었다.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마음을 전해준 딸에게 고맙다. 이렇게 우리 모녀 사이는 짬뽕 한 그릇에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