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남편의 숨겨둔 여자가 만났다!

언뜻 자극적인 제목으로 단순히 흥미와 쾌락만을 노린 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남편의 그녀’라니,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아도 아침드라마의 막장 불륜극이 떠오를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남편의 그녀’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남과 영혼이 바뀐다는 황당한 소재를 통해 남을 이해하고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훈훈한 감동을 그려낸다.

머릿속이 아이와 남편 생각으로 가득한 39세 전업주부 하사코와 ‘남편의 그녀’이자 남편의 직장동료 20세 호시미, 그리고 남편인 무기타로. 작가는 애매모호한 관계와 하나의 오해에서 시작된 3인의 이야기를 세밀한 인물 묘사와 독특한 문체를 통해 경쾌한 작품으로 변모시켰다. 가족만을 생각하는 아내 하사코가 어리고 당돌한 남편의 여자 호시미를 만나게 되는 순간 독자들은 남편과 불륜 상대에 대한 복수를 기대한다. 하지만 영혼 교체라는 판타지적 상상을 통해 작가는 상황 속에 숨겨진 진실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굴곡 없이 가족을 위해 살아가던 전업주부 하사코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내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호시미로 변하게 되어 자신이 알지 못하던 현실 속에서 다양한 에피소드를 경험한다. 직장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전우애도 느낀다. 호시미 또한 한없이 행복하고 편안하게만 느꼈던 전업주부의 삶을 경험하게 되면서 주부의 역할에 대해 존경심마저 느낀다.

언제나 그렇듯 똑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경험해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었던 타인을 이해하게 된다. 알지 못했던 내 남자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고,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여성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동시에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며 감동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