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손주와 ‘파이프오르간 투어’를 다녀왔다. 홀을 들어서자 웅장함에 놀랐다. 정면에 보이는 파이프의 거대함에 또 다시 놀라웠다.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 (Vineyard)스타일의 콘서트홀은 극장 전체가 객석 같다.
무대가 아래층에 있고 정면 높은 곳에 오르간과 파이프가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설치되어 잇다. 68개의 스탑과 68가지의 소리. 여기서 스탑이란 피아노의 건반과 같은 의미이다. 5000여개의 파이프, 4단으로 이루어진 오르간의 모습. 두 대의 오르간으로 연주한다.
세상에 3대만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오르간이 이곳에 설치되어 있는거다. 객석에 앉아 이곳저곳 눈으로 감사하고 있는데 갑자기 웅장한 파이프오르간의 연주소리가 난다. 정말 깜짝 놀랐다. 한 순간에 모든 관객을 집중시킨다. 정면 높은 곳에, 아래 무대 위에, 두 대의 오르간에 8개의 손이 연주를 한다. 귀에 익숙한 곡들로 연주한다.
프로그램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d단조, 코르사코프의 꿀벌의 비행, 존 윌리엄스의 영화 주제고 ‘스타워즈’의 주제곡. 만치니의 아기코끼리 걸음마(트럼펫연주).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 라비냐크의 갤럽행진곡이다.
사회는 오르가니스트 박은혜, 4명으로 구성된 앙상블 오르스트의 연주로 음악회가 시작된다. 보통 장엄하고 웅장한 음악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 오르간 연주는 관객과 함께 웃으며 가볍게 즐기는 연주였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나 꿀벌의 여행, 아기코끼리 걸음마, 영화 스타워즈의 주제곡 등이 그랬다.
사회자는 계속 관객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한다. 손뼉으로 박자를 치게 하고 함께 따라 부르도록 유도한다. 오르간 위에서 8개의 손이 연주를 하기도 하고, 연주자가 아래 위층 오르간에 앉아 연주를 한다. 관객은 연주자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야한다. 재미있다.
파이프오르간 연주하면 보통 교회음악으로 기억되어지는데 기존의 틀을 깨고 다양한 연주형태로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1시간 동안 객석의 아이들이 집중하는 모습은 놀라웠다. 아이들의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보통 몇 분일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기코끼리의 걸음마는 트렘펫터 김완선의 코끼리 분장 연주가 시작됐다. 정말 귀여운 아기코끼리의 모습, 아주 조그만 트럼펫을 들고 나와 연주를 하고 호스를 가지고 연주를 하는데 아이들은 신이 났다.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전한다. 아이들에게 예쁜 포장을 한 선물을 인심 좋게 나누어 준다. 아마도 이렇게 클래식이 관객과 호흡하기를 원한다면 대중가요 못지 않게 일반인들에게도 사랑받지 않을까 싶다.
옆자리에 앉아있는 손주도 처음에는 시쿤둥해 하더니 점점 소리 내어 웃기도 하고 손뼉도 치며 음악 속으로 빠져든다.
개관 전 공연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손꼽히는 최신의 콘서트홀에서 클래식과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공연을 본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었다.